08 죠노우치는 자신의 목줄을 기둥에 감아 자물쇠를 채우는 카이바의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꼼꼼히 자물쇠를 채워 그것이 풀리지 않음을 확인한 카이바가 서류가방을 든 채 그에게서 한 걸음 물러섰다. “다녀오지.” “그러던지.” 그는 기둥에 머리를 기대고 그대로 미끄러졌다. 카이바는 이내 뒤를 돌아 저택의 밖으로 나섰다. 이미 저택의 문 앞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헬기가 그를 태우고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죠노우치는 기둥에 기대앉은 채로 하늘 끝으로 사라지는 헬기의 모습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았다. 헬기가 곧 구름 너머로 사라질 즈음, 죠노우치는 길게 하품했다. 그는 조금 더 몸에 힘을 빼고 완전히 기둥에 몸을 기댔다. 작게 한숨이 배어나왔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피곤했다. 졸음이 밀려오는 사이로 죠..
07 카이바 세토는 오만하다. 누군가는 그의 그러한 성질을 경멸했고, 누군가는 그런 그의 오만을 칭송하곤 했다. 그렇게 완전히 나뉘는 평가에도 단 하나의 의견만은 같았던 것은, 오만이라는 성질이 본디 그가 가지고 태어난 성질 중에서도 가장 무섭도록 그와 어울린다는 것이었다. 카이바 세토라는 인물에게 오만이란 너무나도 합당하고도 당연한 것이어서, 그 누구도 그의 오만을 제외하고 그를 거론하지 못했다. 어쩌면 ‘오만’이란 지배자에게 너무나도 어울리는 성질이 아니던가. KC의 제왕으로 군림하고 있는 카이바 세토에게 그보다 더 어울리는 것은 없었을 것이다. 그는 지배자가 되기에 마땅한 성질을 타고났고, 그것을 숨기려 들지 않았다. 그의 오만을 숨기는 것만큼 무용한 일도 없었다. 욕망은 숨겨야만 하는 것인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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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죠노우치의 삶은 비참했다. 도박에 빠져 가정을 파탄낸 아버지와 여동생만을 데리고 나선 어머니, 홀로 남겨진 죠노우치. 그 무엇에도 마음을 기댈 수 없는 환경. 누가 보아도 불행하다고 입을 모아 말할 끔찍한 세계 속에서 죠노우치는 자라났다. 아버지는 술을 마시고 도박을 했고 천천히 빚을 늘려 나갔다. 죠노우치는 그 빚을 대신 갚기 위해, 그리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온 몸이 부서져라 일을 했다. 하루를 먹고살기 위해 살아가는 인생이었다. 다행히도 죠노우치는 적응력이 빨랐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을 받아들였다. 누군가는 죠노우치를 가엾어했고 또 어떤 누군가는 죠노우치를 한심하게 생각했으나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삶에 대해 그다지 비관적으로 생각하지는 않았다. 애초에 죠노우치에게는 그 ..
04 죠노우치는 더 이상 카이바가 두렵지 않았다. 카이바가 그에게 다정해졌다거나 그의 요구를 받아주게 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모쿠바가 그를 발견한 이후 카이바는 더더욱 죠노우치를 바깥으로 내보내지 않기 위해 전전긍긍했고, 그만큼 죠노우치의 작은 움직임에도 민감해했다. 카이바는 더 포악해졌으나 오히려 죠노우치는 그 속에서 자유로웠다. 죠노우치는 입을 열었고 입을 여는 순간마다 카이바를 조롱했다. 조롱보다도 감히 개가 사람이 되려 한다는 것에 분노한 카이바가 폭력을 휘두른 것은 당연했다. 죠노우치는 그 폭력 속에서도 킬킬거렸다. 고고하던 카이바 세토가 이렇게까지 추락한 것이 우스워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심지어 그것이 그가 그토록이나 하찮게 여기던 죠노우치 카츠야 때문이라니! 죠노우치는 자신이 생각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