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그러니까, 그런 일이 있었다. 졸업을 한 지 얼마 안 되어 집에 있을 때였다. 죠노우치는 자신의 앞길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유우기는 새로운 게임을 개발하고 싶다고 말했고, 혼다는 아버지의 일을 물려받고 싶다고 말했다. 안즈는 춤을 배우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죠노우치 혼자만 멍하니 동떨어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던 죠노우치는 집 안에서 한숨이나 내쉬고 있었다. 리모컨을 들고 TV나 돌리고 있는데, 어느 순간 뉴스가 나왔다. 느리게 흘러가던 시간이 순간 멈춘 것 같았다. 죠노우치는 저도 모르게 멈칫하고는 브라운관에 시선을 고정했다. TV를 채운 것은 카이바 세토였다. 카이바는 사업을 확장하고 전국적으로 새로운 듀얼 대회를 연다고 했다. 그 뉴스는 그것에 대..
02 왜 이렇게 된 걸까. 죠노우치는 생각했다. 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이었다. 죠노우치가 카이바에게 무언가 잘못한 것이 있었나? 아니면, 그간 보지 못했던 사이 카이바가 미치기라도 한 걸까? 그러나 죠노우치와 카이바 사이의 거리는 너무나도 길고 넓었다. 그 사이에 죠노우치가 카이바에게 무언가 잘못을 했을 리는 없었으며, 했다 한들 죠노우치가 아는 카이바는 그런 것을 마음속에 담아 둘 남자도 아니었다. 아니, 애초에 죠노우치가 아는 카이바가 존재하기나 했던 걸까? 죠노우치는 자신이 카이바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애초에 죠노우치와 카이바는 전혀 접점 없이 닿을 수 없는 세계에 있던 인간들이 아니었던가. 듀얼 몬스터즈라는 특이점이, 이제는 사라진 그들의 영원한 라이벌이자 친구인 아템이 그 ..
01 목을 매단 개목걸이는 숨통을 조여 왔다. 죠노우치는 갑갑함에 숨을 몰아쉬었다. 손으로 목줄을 죽 잡아당겨 틈을 내자, 그제야 조금 숨이 트였다. “윽!” 순간 몸이 앞으로 나뒹굴어졌다. 목줄이 잡아당겨진 것이다. 죠노우치는 거칠게 기침을 토해냈다. 겨우 몸을 바로 하고 앞을 올려다보자, 목줄의 끝을 잡고 있는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진한 미소를 머금고 그를 내리깔아 보고 있는 남자. “왜 그러지? 죠노우치.” “콜록! 윽……….” “이런, 숨이 막히기라도 한가 보군.” 남자가 무릎을 꿇어 그의 목을 매만진다. 목줄에 조이고 쓸린 목은 어느덧 붉게 상처가 나 부어 있었다. 발갛게 일어난 상처 위로 남자의 손가락이 닿았다. 곧게 뻗은 손가락은 차가웠다. 죠노우치는 그 온도에 순간 몸을 떨었다. 상처를 ..
도련님 카이바, 경호원 죠노우치 AU Blue Gamble 上 “이걸, 시중이라고 드나?” 알맞게 식혀진 죽이 끈적하게 그의 얼굴을 타고 내려간다. 죠노우치는 순간 할 말을 잃고 멍하니 오만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소년을 올려다보았다. 상기된 얼굴의 소년은 지독할 정도의 비웃음을 얼굴 가득 머금고 그를 내려다보고 있다. 소년의 손에 들려 있던 그릇이 툭, 떨어져 카펫 위를 구른다. “이소노의 눈이 잘못되었긴 한가 보군. 너 같은 범골 녀석을 고용하다니.” “……….” “네놈처럼 무능한 녀석은 본 적이 없다. 꺼져라.” 죠노우치는 익숙하게 어색한 웃음을 얼굴에 씌우고 그릇을 치워 바깥으로 나갔다. 문 밖을 지키고 있던 혼다가 죽을 온통 얼굴에 뒤집어 쓴 죠노우치를 보고 경악한 듯 서둘러 자신의 품에서 손수건..